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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좀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건강한 사람을 감염시켜 백신 개발을 돕는 이른바 '인간 도전 시험(Human Challenge Trial)'입니다.
■'인간 도전 시험(Human Challenge Trial)'이란?
전통적인 백신 시험 방식은 개발 중인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이 접종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감염될 확률이 낮은지 여부를 검사하는 것입니다.
실제 상황에서의 감염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백신 접종 후 일상생활로 돌아갑니다.
시험 대상 가운데 아주 소수만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와 달리 건강한 사람을 감염시키는 HCT는 유행하는 질병의 바이러스를 임상 시험 대상자에게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백신을 투여한 건강한 사람을 일부러 코로나19에 감염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 등에 따르면 참가자는 격리돼 면밀하게 건강 상태가 모니터링됩니다.
백신마다 약 백 명 정도를 참여시킬 수 있고, 빠르면 몇 주 만에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무엇보다 속도에서만큼 최대 장점이 있습니다.
■"나를 감염시켜 주세요"...백 여개 나라 2만7천 명 지원
"저는 과학자이자 엄마입니다. 공중보건을 위한 예방접종과 집단 면역력을 강력히 믿습니다." (미국 오리건)
"저는 젊고 건강한 학생입니다. 안전한 백신이 빨리 개발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영국)
"저는 개발도상국을 취재하는 언론인입니다. 제가 주로 취재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케냐)
HCT 참가자를 모집하는 '1daysooner(하루 빨리)'란 사이트에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02개 나라에서 26,716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월 29일 기준)
이 사이트를 만든 미국과 영국 등지의 과학자들은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HCT가 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고 자원자들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HCT 참가자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기업 모데나(moderna)의 임상 시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한 20대가 미 경제 전문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부작용을 토로했습니다.
첫 번째 백신을 맞은 이튿날 팔을 주먹으로 맞는 것처럼 아팠고, 두 번째 백신 투여 후에는 39도 넘는 고열에 구토, 근육통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HCT 참가자를 모집하는 '1daysooner' 측은 지원자들이 겪을 수 있는 부작용으로 폐렴과 호흡곤란, 신부전증뿐 아니라 심장 손상과 패혈성 쇼크 같은 심각한 질환을 명시했습니다.
코로나19 환자가 겪는 최악의 경우가 사망이므로 참가자들 역시 사망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을 감염시키는 방식은 이처럼 윤리적 문제를 동반해 늘 논란이 돼 왔습니다.
■"백신 늦어지면 일주일에 수천 명씩 사망"
통상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몇 년이 걸립니다. 개발 기간이 짧았던 유행성 이하선염 백신은 4년이 걸렸고, 에볼라 백신은 5년 정도 걸렸습니다.
4월 미 의회 의원 30여 명은 보건 당국에 코로나19 임상 시험과 백신 승인의 신속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백신 공급이 늦어지면 일주일에 수천 명씩 희생된다고 적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5월 HCT가 지닌 장점으로 백신 개발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언급하고 윤리적 논란을 극복할 8가지 지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과학자들도 HCT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요원한 반면 하루가 멀다고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간 도전 시험(HCT)' 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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